임신과 녹내장: 약은 끊어야 할까, 유지해야 할까? (임신·수유 단계별 실제 접근)
민들레안과 김상혁 원장입니다.
녹내장 치료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상황 중 하나가 가임기 여성/임산부/수유부 환자입니다.
임산부는 “환자(산모)”만이 아니라 태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에, 치료의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한 번의 결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글은 Curr Opin Ophthalmol 2020;31:114–122의 표를 기반으로 문헌을 요약하여, 임신 전–임신 초기–중기–후기–분만–수유 단계별로 실제 임상에서 무엇을 우선 고려하는지 정리합니다.

1) 왜 임신 중 녹내장 치료가 어려울까?
가임기 여성의 녹내장은 치료에 여러 딜레마가 있습니다.
- 젊은 연령대(18–40세)에서는 녹내장 자체가 비교적 드물어, 임신 중 녹내장 관리 경험이 부족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Vaideanu D, Fraser S. Eye 2007) - 임신 중에는 약물의 **태아 영향(기형 유발 가능성, 임신 유지 영향, 신생아 합병증)**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 반대로 “약을 무조건 끊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산모의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력이 떨어지면, 결국 산모의 삶과 육아에도 큰 문제가 됩니다.
아이도 중요하지만 산모도 중요합니다.
2) 글의 요지(핵심 결론 먼저)
- 임신 전 상담을 적극 권장합니다.
- 임신을 계획하는 진행성/고위험 녹내장은
약물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신 전 조기 수술적 개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임신 중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면 누점 폐쇄(점안 후 눈물길 막기) 등으로 전신 흡수를 줄입니다.
- 임신 중 녹내장 치료는 산부인과/신생아과와 협진이 매우 중요합니다.
3) 기본 사항: “FDA 분류”와 ‘안약은 안전하다’는 오해
- 현재 사용 가능한 녹내장 약물 중 인간 연구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FDA category A는 사실상 없습니다.
- 동물 연구 기반으로 category B로 분류되는 약물도 제한적입니다(브리모니딘, 디피베프린 등).
- 따라서 가임기 여성에서 녹내장 약물을 사용할 때는
임신 중 지속 사용 가능성/잠재 위험을 미리 알고 계획해야 합니다.
또 중요한 포인트:
- **장기 형성(기관 형성)**이 임신 1–8주 사이에 일어나므로,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나 생리불규칙이 있는 경우 임신을 알기 전 노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임신 전 상담이 핵심입니다.
4) 임신 중 안압(IOP)은 대체로 내려가는데… 왜 문제는 남나?
정상 눈에서는 임신 중 IOP가 감소하는 경향이 보고되어 왔습니다.
(Phillips & Gore 1985 / Qureshi 등 1996–1997)
하지만 녹내장 눈은 개별 생리학이 다르고, 임신 기간에도 안압 상승/시야 진행이 나타날 수 있어
임신 중에도 면밀한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 최소 3개월마다 추적관찰을 권장(상황에 따라 더 자주)
5) “검사에 쓰는 안약도 위험한가요?” (마취제·산동제)
- 프로파라카인/테트라카인/리도카인 같은 국소 마취제는 임신 중에 엄격한 연구는 부족하지만(대개 category C),
임상적으로는 검사의 이점이 크고 지금까지 심각한 문제 보고가 제한적입니다. - **페닐에프린 2.5%**는 비교적 내약성이 우수하다고 간주되나,
10% 고농도는 산모·신생아 혈압 영향 가능성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 산동용 항콜린제는 임신 중에는 일반적으로 자제하되, 명확한 필요 시에만 사례별 판단이 중요합니다.
6) 임신 단계별 치료 접근 (핵심: “초기 8주”, “36–37주 이후”, “수유 중 브리모니딘 금기”)
아래는 문헌에서 제안하는 큰 틀의 접근입니다.
(실제 진료에서는 질환 중증도/기저 안압/진행 속도/단안 여부/환자 직업·생활을 모두 함께 고려합니다.)
① 임신 초기(특히 1–8주)
- 태아 기관 형성기로 가장 민감합니다.
- 가능하면 첫 8주 동안 모든 의학적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권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 모니터링만으로 불충분하면:
- 브리모니딘 단독요법을 우선 고려하는 접근이 제시됩니다.
- 필요 시 누점폐쇄 + 신생아과/산부인과 협의 후 다른 약 고려
약제별 포인트(문헌 논지 그대로 요약)
- 베타차단제: 전신 고혈압 치료에서 흔히 쓰이지만, 동물모델에서 기형/태아사망/골화 지연 등의 이론적 우려가 존재
(Karlsson 1984 / Kjellmer 1984 등) - 반면 티몰롤 노출 증례/자료에서는 대조군과 유산 비율이 비슷했다는 보고도 있어,
임신 1기에서 합리적인 1차 또는 브리모니딘과 함께 2차 약제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Pellegrino 2018) - 프로스타글란딘 계열: 미소프로스톨이 임신 초기에 낙태 유도제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론적 우려가 있고
자궁 수축 관련 가능성이 언급됩니다. (Sharif 2008 등)
다만 라타노프로스트 노출에서 유산 1건 보고 외에 뚜렷한 연관성 증거가 부족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De Santis 2004)
→ 결론적으로 문헌에서는 “임신을 계획/임신 초기에는 권장하지 않음” 쪽에 무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최대약물치료가 필요한 불응성 환자는 지속이 필요할 수도 있어 개별화가 중요합니다. - 국소 CAI(도르졸아미드 등): 전신흡수가 낮고 동물에서 심각한 기형 보고가 제한적이라 비교적 안전으로 여겨져 왔으나,
1차/2차로 “먼저 쓰자”는 접근은 권장되지 않는다는 톤입니다(3차 옵션).
전신 CAI(아세타졸아미드)는 동물에서 기형 유발이 입증되어 임신 초기에 특히 조심합니다. - Rho kinase 억제제(netarsudil 등): 동물시험에서 명확한 기형유발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임신·자궁수축 등과 연관된 이론적 위험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Ergul 2016)
② 임신 중기(2기)
- 임신이 진행되면 약물 노출로 인한 중대한 기형 위험은 감소합니다.
- 문헌 요지:
- 브리모니딘은 1차 약제로 비교적 안전한 접근으로 제시
- 베타차단제는 IUGR(자궁내 성장제한) 가능성이 보고되어, 사용 시 태아 성장 모니터링을 더 촘촘히 할 수 있습니다.
(Ersbøll 2014) -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국소 CAI는 3차 옵션으로 상대적으로 유지 가능성이 높다고 정리
- 또한 임신 중 수술이 불가피하다면, **2기가 상대적으로 “덜 나쁜 타이밍”**이라는 견해가 흔합니다.
(1기는 태아 장기형성 + 마취/스트레스 이슈, 3기는 산모 위험 증가)
③ 임신 후기(특히 36–37주 이후)
- 이 시기 태아 노출은 출생 직후 신생아 합병증 위험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 특히 문헌에서 강조되는 포인트:
✅ 브리모니딘은 임신 후기에 중단 권고
→ 신생아에서 중증 CNS 억제(호흡저하 등) 위험이 언급됩니다. (Fudemberg 2008)
✅ 베타차단제
→ 태아 부정맥/서맥/저혈압/CNS 억제 가능성
→ 계속 사용해야 한다면 태아 성장·심박수 모니터링을 강화
- 라타노프로스텐(산화질소 결합)의 NO 성분은 분만 진행 억제(토콜리틱) 가능성 같은 이론이 언급되기도 하고,
netarsudil도 이론적으로 자궁저수축/분만 지연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 도르졸아미드 관련 신생아 대사성 산증 사례 보고가 1건 언급됩니다. (Morris 2003)
7) 레이저 치료: “임신 중에도 비교적 안전한 카드”
- 레이저는 비침습적이고 안전성이 좋아
약물 중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특히 SLT는 임신 전 약물 중단 목적에도 사용될 수 있고, 임신 중에도 비교적 안전한 선택지로 언급됩니다.
(Vy´borny´ 2017) - LPI/홍채 성형술 등 폐쇄각 관련 레이저도 임산부에서 안전하게 시행 가능하다고 정리됩니다.
8) 수술 치료: 임신 전이 가장 좋고, 필요하면 2기에 고려
- 임신 중 수술은 산모 자세(앙와위)로 인한 저혈압/태아 순환, 위식도 역류, 삽관 어려움 등
산모 측 위험도 고려가 필요합니다. - MMC, 5-FU 같은 항대사물질은 기형유발 가능성 때문에 임신 중 사용이 어려워, 수술 전략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헌에서는,
- 진행성/고위험 환자는 임신 전 수술을 고려하자(약물 노출 자체를 줄이기 위해)
- 임신 중 수술이 필요하면 2기가 상대적으로 고려 가능한 시기
- MIGS는 국소마취, 짧은 수술시간, 작은 절개로 일부 위험을 줄일 수 있어 대안이 될 수 있음
- 단, XEN 등은 니들링 수정이 필요한 비율이 있어, 상황별 판단이 필요
(증례 보고: Zehavi-Dorin 2019 등)
9) 분만: “녹내장 때문에 제왕절개?”은 대부분 과잉 걱정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분만 Valsalva로 IOP가 올라갈 수 있다는 이론적 우려로 제왕절개를 권하기도 하지만,
연구에서는 정상적인 질분만 과정에서 IOP가 크게 변하지 않거나, 임상적 의미가 불확실하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Kara 2013 / Meshi 2017)
최근 녹내장 수술 직후(저긴장/맥락막삼출 등 합병증 동반) 같은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분만 방식 결정에서 녹내장만을 크게 반영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결론 쪽으로 정리됩니다.
10) 출산 후(수유)
여기서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 브리모니딘: 수유 중 금기
→ 신생아 CNS 억제 위험 때문에 명확히 피하는 쪽으로 정리됩니다.
- 베타차단제: 대체로 안전하다고 보지만, 선천성 심장질환 영아에서는 주의
- 프로스타글란딘 계열: 반감기가 짧아, 수유 직후 점안처럼 타이밍 조절로 노출을 줄일 수 있다는 논지
- 국소/전신 CAI: 보고된 합병증이 없는 수유 영아에서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정리
(Johnson 2001)
한눈에 보는 요약 정리(진료실 버전)
- 임신 전: 상담 필수 / 진행성·고위험이면 임신 전 수술 고려
- 임신 초기(1–8주): 가능하면 약 중단 + 촘촘한 모니터링 / 필요 시 브리모니딘 우선 고려
- 임신 중기: 브리모니딘 1차 가능 / 베타차단제는 IUGR 고려해 모니터링 강화 / PG·국소 CAI는 3차
- 임신 후기(36–37주 이후): 브리모니딘 중단 권고 / 베타차단제는 태아 서맥·저혈압 등 주의 / 신생아 합병증 고려
- 분만: 녹내장만으로 제왕절개를 결정하는 것은 대개 권장되지 않음(특수한 수술 직후 상황 제외)
- 수유: 브리모니딘 금기 / PG는 타이밍 조절 / 베타차단제는 대체로 가능하나 영아 심질환 시 주의
마무리
임신과 녹내장은 “정답 한 줄”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임신 단계, 녹내장 중증도, 진행 속도, 한쪽 눈인지 양쪽 눈인지, 직업과 생활까지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산부인과·신생아과와의 협진이 환자와 아기를 동시에 안전하게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이 확인된 녹내장 환자분은
“약을 끊어야 하나요?”를 혼자 고민하기보다, 임신 단계별로 전략을 다시 세우는 상담을 꼭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