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혈관성 연령관련황반변성(neovascular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nAMD)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중심시력이 빠르게 저하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흔히 ‘습성 황반변성’이라고도 부르며, 망막 아래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발생해 삼출과 출혈을 일으킵니다.
현재 표준치료는 유리체강 내 항-VEGF 주사입니다.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시작하면 시력을 안정시키거나 일부 회복시킬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져 황반부에 섬유화나 위축이 진행되면 주사를 시작하더라도 시력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모두 신속하게 치료를 시작하고 있을까요?
2025년 국제학술지 Ophthalmology에 발표된 미국 IRIS Registry 연구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신생혈관성 황반변성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 약 92만 명 가운데 21.7%가 진단 후 1년 동안 항-VEGF 주사를 단 한 번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됐나?
연구진은 미국안과학회가 운영하는 대규모 임상 데이터베이스인 IRIS® Registry를 이용했습니다.
2016년 10월부터 2021년 10월 사이 활동성 신생혈관성 황반변성을 새롭게 진단받은 50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 당시의 시력과 연령, 성별, 인종, 민족, 거주지역이 치료 시작 여부와 관련이 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연구 개요
항목내용
연구 설계
후향적 코호트 연구
데이터
미국안과학회 IRIS® Registry
연구 기간
2016년 10월~2021년 10월
전체 환자 수
918,759명
평균 연령
80.2세
여성 비율
61.5%
양안 nAMD 환자
34.6%
시력자료가 있었던 환자
701,309명
치료 시작의 정의
진단 후 12개월 이내 항-VEGF 주사를 1회 이상 시행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연구에서 정한 ‘치료 시작’의 기준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황반변성 치료는 보통 한 번의 주사로 끝나지 않고 반복적인 OCT 검사와 주사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1년 동안 주사를 단 한 번만 맞아도 치료를 시작한 것으로 분류했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충분한 치료를 받은 환자의 비율이 아니라, 치료 과정에 최소한 진입한 환자의 비율을 평가한 것입니다.
진단 후 1년 이내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78.3%
전체 환자 918,759명 가운데 719,204명, 즉 78.3%가 진단 후 1년 이내에 항-VEGF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199,555명, 즉 21.7%는 진단 후 1년이 지나도록 한 번의 주사도 맞지 않았습니다.
치료 시작 시점
치료 시작 시점환자 수전체 환자 중 비율
초진 당일 치료
492,864명
53.6%
초진 후 1개월 이내 치료
653,340명
71.1%
초진 후 1년 이내 치료
719,204명
78.3%
1년 이내 치료 미시작
199,555명
21.7%
1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 중 약 90.8%는 첫 한 달 안에 주사를 맞았습니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처음 몇 주 안에 치료로 연결되지 않은 환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모두 치료를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진단 초기 단계에서 생긴 치료 격차가 이후 1년 동안 지속됐습니다.
진단 후 시간에 따른 누적 치료 시작률 그래프 인종, 민족, 연령 및 초진 시력에 따른 차이가 진단 직후부터 나타나 1년 동안 유지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종과 민족에 따라 치료 시작률이 달랐다
미국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인종과 민족에 따른 차이였습니다.
인종·민족별 1년 이내 치료 시작률
구분1년 이내 치료 시작률
백인
79.1%
아시아인
76.6%
흑인
71.4%
기타 인종
78.4%
비히스패닉
79.1%
히스패닉
76.5%
단순 비율뿐 아니라 연령, 성별, 지역 등의 영향을 보정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차이가 유지됐습니다.
다른 요인을 보정한 치료 시작 가능성
비교보정 Rate Ratio의미
흑인 vs 백인
0.91
치료 시작 가능성이 약 9% 낮음
아시아인 vs 백인
0.95
약 5% 낮음
히스패닉 vs 비히스패닉
0.96
약 4% 낮음
인종 자체가 치료 반응이나 치료 필요성을 결정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연구진도 인종은 생물학적 요인이라기보다 보험 상태, 소득, 거주지역, 교통수단, 언어, 의료정보 이해도와 같은 여러 구조적·사회경제적 요인이 함께 반영된 지표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수 인종 환자는 더 젊은 나이에, 더 나쁜 시력으로 진단됐다
진단 당시 평균 연령도 달랐습니다.
구분진단 당시 평균 연령
전체
80.2세
백인
80.5세
아시아인
76.3세
흑인
75.2세
비히스패닉
80.5세
히스패닉
77.7세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환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진단됐지만, 초진 시 시력은 오히려 더 나쁜 경향을 보였습니다.
초진 시 20/200보다 나쁜 중증 시력저하가 있었던 비율은 백인 환자에서 13.4%였지만 흑인 환자에서는 17.1%, 히스패닉 환자에서는 19.6%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질환이 젊은 나이에 발생했다는 의미라기보다, 정기검진이나 안과 진료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초진 시력의 인종 및 민족별 분포 그래프 흑인과 히스패닉 환자에서 중증 시력저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초진 시력이 너무 좋거나 너무 나쁜 환자에서 치료율이 낮았다
초진 시력에 따른 치료 시작률은 단순히 “시력이 나쁠수록 치료를 더 많이 받는다”는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초진 시력별 1년 이내 치료 시작률
초진 시력치료 시작률
20/20 이상
74.2%
20/20 미만~20/40
80.7%
20/40 미만~20/200
84.5%
20/200 미만~안전수지(CF)
74.8%
안전수동(HM)
55.9%
광각 또는 무광각(LP/NLP)
41.4%
치료 시작률이 가장 높았던 군은 20/40 미만에서 20/200 사이의 중등도 시력저하군이었습니다.
반면 시력이 아직 20/20 이상으로 좋은 환자의 치료 시작률은 74.2%에 그쳤고, 안전수동 시력에서는 55.9%, 광각 또는 무광각에서는 41.4%까지 낮아졌습니다.
다변량 분석에서도 20/20 이상인 환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40 미만~20/200 환자는 치료를 시작할 가능성이 14% 높았습니다. 반면 안전수동 환자는 28%, 광각 이하 환자는 51% 낮았습니다.
시력이 좋은 환자의 치료율은 왜 낮았을까?
시력이 좋은 환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치료를 미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불편함이 크지 않아 질환의 심각성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거나, 반대편 눈의 시력이 좋아 증상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는 확정된 활동성 신생혈관이 아니라 의심 병변으로 진단코드가 입력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생혈관성 황반변성은 시력이 나빠진 후에 치료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아직 잘 보일 때 현재 시력을 보존하기 위해 치료하는 질환입니다.
시력이 매우 나쁜 환자의 치료율은 왜 낮았을까?
이미 황반부에 심한 섬유화나 위축이 진행되어 시력 회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 환자가 포함됐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심한 시력저하 환자는 고령, 전신질환, 거동 제한, 보호자 동행 및 교통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복적인 병원 방문과 안구 내 주사에 대한 부담도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후향적 데이터 분석이므로 개별 환자가 실제로 치료하지 않은 이유까지 확인한 연구는 아닙니다.
60세 미만 환자의 치료 시작률이 가장 낮았다
연령별 치료 시작률도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였습니다.
연령1년 이내 치료 시작률
50~59세
73.3%
60~69세
77.7%
70~79세
79.5%
80세 이상
77.9%
고령 환자가 교통이나 동반질환으로 치료를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50~59세 환자의 치료 시작률이 가장 낮았습니다.
젊은 환자는 직장이나 생업 때문에 반복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기 어렵거나, 자신의 질환을 전형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치료를 미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연구 데이터로 직접 확인된 원인은 아니며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여성의 치료 시작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약간 높았지만 보정 Rate Ratio가 1.01에 불과해 임상적인 의미는 크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이 연구를 보고 “황반변성 환자의 약 20%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한국 상황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 논문은 미국 의료환경에서 수집된 자료입니다. 미국에서는 보험 가입 여부와 보험 종류, 본인부담금, 전문의 예약, 병원까지의 이동거리 등에 따라 의료 이용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3년 기준 약 2,500만 명이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며, 무보험자는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교육 수준이 낮은 근로연령층에서 더 많았습니다.
반면 한국은 전체 인구가 핵심 의료서비스의 보장 대상에 포함되는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OECD 역시 한국의 전 인구가 핵심 의료서비스 보장 대상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도 높은 편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차이는 신생혈관성 황반변성과 같이 증상 발생 후 빠른 검사와 치료 연결이 중요한 질환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시야가 휘어 보이거나 중심이 가려지는 증상이 생기면 가까운 안과에서 안저검사와 OCT를 시행하고, 활동성 신생혈관이 확인되면 비교적 빠르게 망막 진료와 주사 치료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미국 연구에서 치료 격차가 진단 직후부터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문의 진료와 검사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한국의 의료환경은 황반변성 환자의 시력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한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의료의 장점은 ‘빨리 진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눈에 이상이 생기면 안과에 방문하고, 필요하면 당일 안저검사와 OCT 검사를 받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모든 나라에서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신생혈관성 황반변성 치료는 단순히 약제가 존재한다고 해결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환자가 증상을 인식해야 하고, 안과에 방문해야 하며,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첫 주사까지 실제로 연결돼야 합니다. 이후에도 반복적인 검사와 치료를 지속해야 합니다.
따라서 의료 접근성은 치료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좋은 약이 있어도 환자가 병원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치료를 시작하지 못한다면 시력을 지킬 수 없습니다.
이번 연구는 오히려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한국 의료의 장점을 보여줍니다. 가까운 곳에서 전문의 진료를 받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검사와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의료 자원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치료 중단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미국보다 유리하다고 해서 모든 황반변성 환자가 충분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한국 환자에게도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고령으로 인한 이동 제한, 보호자 동행 부담, 반복적인 주사에 대한 두려움, 장기 치료에 대한 피로감, 경제적 부담, 반대편 눈이 잘 보여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문제 등이 치료 지속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외래진료의 본인부담과 가계의 의료비 부담이 적지 않은 국가이기도 합니다. OECD는 한국의 의료비 중 의무적 재원으로 보장되는 비율이 OECD 평균보다 낮고, 가계 소비지출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고했습니다.
따라서 한국 의료의 장점은 “비용 부담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의료기관과 전문의 진료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 연구를 해석할 때 주의할 점
이번 연구는 약 92만 명을 분석한 매우 큰 연구이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전자의무기록에 입력된 진단코드를 이용했기 때문에 모든 환자의 OCT나 안저사진을 연구진이 직접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의심 병변이나 비활동성 병변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주사의 약 35%에서 어느 눈에 주사했는지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안구 방향성이 불분명한 주사를 황반변성 눈에 시행한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셋째, 양안 환자에서는 가장 좋은 시력을 분석에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 치료 대상 눈의 시력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넷째, 보험, 소득, 교육 수준, 이동거리, 도시와 농촌 여부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이 충분히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다섯째, 다른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경우 IRIS Registry에서 확인되지 않아 미치료 환자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1년 이내 한 번 이상 주사를 맞았는가’를 평가한 연구입니다. 치료 시작 이후 충분한 횟수의 주사를 받았는지, 치료를 지속했는지, 최종 시력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결론
미국 IRIS Registry 연구에서 신생혈관성 황반변성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의 21.7%는 진단 후 1년 동안 항-VEGF 치료를 한 번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치료 시작률은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환자에서 낮았으며, 60세 미만 환자와 초진 시력이 매우 좋은 환자 또는 매우 나쁜 환자에서도 낮았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진단 직후부터 나타나 1년 동안 지속됐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미국의 보험과 의료전달체계, 지역 및 사회경제적 환경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와 높은 의료기관 선택 자유도를 가진 한국에 동일한 미치료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연구는 한국에서 증상이 생겼을 때 가까운 안과를 방문하고, OCT와 안저검사를 받고, 필요한 경우 빠르게 주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보여줍니다.
다만 좋은 의료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 시력이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야 중심이 흐려지거나,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글자가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신생혈관성 황반변성으로 진단됐다면 현재 시력이 좋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뤄서는 안 됩니다.
황반변성에서는 잘 보이지 않게 된 뒤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잘 보일 때 치료를 시작해 시력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논문 정보
Acharya B, Momenaei B, Zhang Q, Hyman L, Haller JA. Disparities in Presentation and Anti-VEGF Therapy Initiation for Neovascular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n Analysis of the Academy IRIS® Registry. Ophthalmology. 2025;132:1411–1421. DOI: 10.1016/j.ophtha.2025.07.024
※ 이 글은 논문 내용을 소개하기 위한 의학정보이며, 개별 환자의 치료 여부와 방법은 망막 상태, 출혈, 섬유화 정도, 반대편 눈의 시력 및 전신상태를 종합해 담당 안과 전문의가 판단해야 합니다.